오랫동안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뚜렷한 경계를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정규직은 안정의 상징이었고, 비정규직은 불안정한 선택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2030년을 향해 가는 지금, 이 구분은 점점 의미를 잃고 있다. 기업은 더 이상 고용 형태보다 필요한 역량과 성과에 집중하고, 개인은 하나의 고용 형태에 자신을 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흐름이 바로 유동적 고용 구조다. 이 글에서는 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지, 유동적 고용 구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변화가 직장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본다.

1. 정규직·비정규직 구분은 왜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분은 산업화 시대의 고용 모델에서 출발했다. 기업은 장기 고용을 전제로 사람을 뽑고, 근로자는 안정적인 소속과 급여를 대가로 조직에 충성했다. 이 구조에서는 고용 형태가 곧 삶의 안정성과 직결되었기 때문에, 정규직 여부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 환경은 이 전제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기술 발전으로 직무의 수명이 짧아지고, 기업의 사업 방향은 빠르게 바뀐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이 쪼개지고, 특정 시점에 필요한 역량도 계속 달라진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을 장기 고용해 고정된 역할에 묶어두는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
동시에 정규직이라고 해서 더 이상 절대적인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 구조조정, 조직 개편, 사업 철수는 직급과 고용 형태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반대로 일부 비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직은 특정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규직보다 더 안정적인 수입과 선택권을 가지기도 한다. 현실과 제도적 구분 사이의 간극이 커진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은 점점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고용 형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다. 기업과 개인 모두 이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고용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2. 유동적 고용 구조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유동적 고용 구조는 고용을 고정된 신분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연결되는 관계로 본다. 한 사람이 한 회사에 속해 하나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계약과 협업을 통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다. 이 안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가 흐려지고, 고용은 더 유연해진다.
기업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역량을 가진 사람과 계약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관계를 종료하거나, 다른 형태로 이어간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고정 인력을 늘리는 대신, 유연한 인력 풀을 운영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 역시 이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 회사에만 소속되기보다,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본업과 부업을 병행한다. 정규직이면서 동시에 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계약직이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협업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계약 형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 역량이다.
유동적 고용 구조에서는 직무 이동도 훨씬 자연스럽다. 조직 안팎을 넘나들며 역할을 바꾸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더 이상 이력서에 흠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프로젝트 이력이 경쟁력이 된다. 고용의 중심이 ‘회사’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구조는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낳지만, 동시에 개인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하나의 고용 형태에 묶이지 않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을 바꿀 수 있다. 안정의 기준이 고용 형태가 아니라, 개인의 시장 가치로 이동하는 셈이다.
3. 유동적 고용 구조 속에서 직장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유동적 고용 구조가 보편화될수록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태도와 전략도 달라진다. 가장 큰 변화는 소속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더 이상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 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어떤 분야에서 신뢰받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직무가 아닌 역량 중심으로 자신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나는 정규직 대리다가 아니라 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유동적 고용 구조에서는 이런 설명이 곧 다음 기회를 결정한다.
둘째, 개인 브랜드와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커진다. 고용 형태가 유연해질수록 공식적인 직함이나 연차보다, 실제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중요해진다. 프로젝트 결과, 개선 사례, 문제 해결 경험이 쌓일수록 고용 안정성도 높아진다. 이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마찬가지다.
셋째,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유동적 고용 구조는 자유를 주지만, 동시에 스스로 계획하지 않으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고, 기술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안정은 더 이상 회사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만들어가는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태도의 변화다. 유동적 고용 구조를 위협으로만 보면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를 기회로 받아들이면, 이전보다 훨씬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조직에 종속된 노동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기반으로 일하는 전문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말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이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고용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역량과 선택 가능성이고, 안정의 기준은 소속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가치다.
2030년 노동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특정 고용 형태를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하는 구조 속에서 자신을 유연하게 재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유동적 고용 구조의 부상은 불안이 아니라, 준비된 개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